'그놈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0/05/15 팔에 쥐가 날듯했지만...
  2. 2010/05/10 원수가 너무 많다.
  3. 2010/01/13 고양이에게 부탁해
  4. 2009/12/22 아무도 기뻐해주지 않았다
  5. 2009/12/14 소년은 욕심이 없었다 (1)
죽어라 용 써서 노트북 꺼내고 랜선 연결하고 한 문장 남긴다. '7월 4일생'에서 톰 크루즈가 두발로 뛸수 있다고 설치다가 허벅지 뼈가 부러지던 그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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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수 다 갚고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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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아닌 누군가를 고양이에게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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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님은 1996년도 B대학교 특차 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건조한 기계음이 소년의 대학교 합격을 알려줬다. 소년을 뺀 모든 가족들은 큰집에 가 있었다. 휑한 집. 거실 소파에서 합격 안내 ARS를 들은 소년은 잠시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곧 그 기쁨이 사그러 드는걸 느꼈다. 소파에 누워서 눈을 왼팔로 가리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가족이 돌아오고, 소년은 합격 사실을 전했다. 어머니는 좋아 하셨지만, 아버지는 덤덤했고, 동생은 축하를 해주었다. 소년은 합격 소식을 여자친구에게 전하지 못했다.

여자친구는 소년이 며칠 전, B대학 특차에 떨어질 것 같고, 그런다면 집 근처에 있는 C대학 한의학과에 간다는 말에 좋아라 했었다. 결국 주일에 여자친구와 함께 성당에 가던 소년은 합격 소식을 전했고 여자친구는 한겨울 눈쌓인 아파트 벤치에 주저 앉아서 한참을 소리 죽여 울었다. 소년은 마음이 아팠지만 딱히 여자친구를 위로해줄 방법을 알지 못했다.

아버지는 형과 달리 사립대를 그것도 서울로 가는 소년에게 비싼 학비 이야기를 하셨다. 그 비싼 학비 이야기는 소년이 졸업할 때까지 따라다녔다.

입학하기 2,3주 전 학교 앞 하숙촌에 어머니와 소년 그리고,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했던 소년의 대부가 상경해서 하숙집을 알아봤다. 지하철 역 근처 오래된 여관촌이 자리잡은 곳에 위치한 하숙집이 잡혔다. 젊은 주인 할머니는 이북 분이셨다.

입학식이 있기 며칠 전 소년은 단촐한 짐을 실은 아버지 차를 타고 하숙집에 도착했다. 부모님은 짐을 내려주고 곧 대전으로 내려 가셨다.

소년은 입학식을 가지 않았다.

그저 학교에 한번 들어갔다가 곧 나와서 학교 앞 식당가에서 밥집을 찾고 있었다.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소년과 함께 B대학에 합격한 3명 중 한명이었다. 친구는 부모님 조부모님 그리고 다른 친척 어른 한분이 함께였다. 소년은 딱히 갈곳도 없어서 친구 가족을 따라 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부모님은 소년의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소년도 본인의 졸업식을 보지 않았다. 다른 이들의 입학식과 졸업식에 참석한 경험으로 본인의 학교에서도 비슷하게 치뤄졌으리라고 짐작해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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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yanS.Ryu
생각해보면 우등상을 타는 것이 기준이었다. 꼭 반에서 몇등을 해야한다거나 하는 기준은 없었다. 우등상을 타면 어머니는 기뻐하며, 칭찬을 해주셨기 때문에, 소년은 개근상과 우등상을 타는 것으로 만족했다.

시골에서 대도시로 이사 후 한동안 우등상을 타지 못했다. 우등상 시상 기준이 시골에서는 평균 90점이었는데 새학교에서는 93점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우울했지만, 도시 내의 다른 학교로 전학 후 평균 90점으로 다시 우등상을 탈 수 있었고, 소년은 다시 만족했다.

중학교로 가서도 비슷했다. 소년은 반에서 수위의 성적을 거두었고 상을 타고 만족했다.

선생들은 뭔가 기대를 하고 소년을 경시대회 등에 내보냈지만 성적은 별로였다. 아무도 소년에게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저 참가할 뿐이었다. 하루 학교를 쉰다는 기쁨이 더 컸다.

그러던 어느 날 큰 변화가 생겼다. 친구 하나가 자기보다 성적이 낮다며 소년을 놀렸고, 난생 처음으로 소년은 누군가를 이기고 싶어졌다. 그 후로 소년은 자신 보다 상위권에 있던 친구들 이름을 하나씩 쪽지에 적어서 책상 머리맡에 붙여뒀다. 그리고는 시험을 볼 때마다 자신보다 하위인 친구들이 적힌 쪽지는 버렸다. 일년여가 되기 전에 그 쪽지들은 모두 사라졌다. 소년은 다시 만족했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후로 그런 자극은 다시 없었기에 소년이 친구들의 이름을 적어 붙이는 일도 다시 없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담담했다. 고3이 되어서도 소년의 성적표에 도장을 찍어줄 때마다 하는 말은 '잘했지만, 네 인생이니 알아서 방심하지 말고 잘하라'였다. 소년은 도장을 받을 때마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책임'이란 말을 되뇌였다. 소년은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인생을 혼자서 결정해 나갔다.

다음: 아무도 기뻐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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